2008/01/19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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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극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말'동안 표값도 8천원으로 평일보다 비싼데다, 커플들과 사람들로 극장이 미어터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간은 많고 돈과 연인이 없는 나같은 사람이 주말 극장을 선호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각설하고.. 아무튼 모처럼 금요일의 극장을 갔다. 표를 사기위해 좀 기다려야 했으나 살인적인 줄은 아니었다. 원래는 팀버튼-조니뎁 라인의, 전문가 호평영화 '스위니토드'를 보러갔는데 저녁시간은 물론이고 9시 표도 거의 매진이라 내가 지독히도 싫어하는 맨 앞자리나 앞쪽 양날개쪽 밖에 없어서 서브로 생각해 둔 우생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게 된 것이다.
'우생순'이 서브로 계획된 것은 루저(looser)들을 잘 그린 영화 '와이키키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과, 사람들의 호평(평이 갈리긴하지만), 그리고 각종 tv쇼에 나와서 보여준 '문소리-김지영-김정은'의 진솔함 때문이었다.
특히 mbc '놀러와'에서 보여진 '억척 문소리, 김지영' vs '천상여자 김정은'의 솔직담백한 토크는 정말이지 과연 영화속에서 그들의 연기와 관계가 어떻게 드러날 것인지를 궁금케했다. '놀러와'에서 문소리와 김지영은 김정은이 너무 예의발라 자신들과 거리감을 두는 듯 보였고, 여성스런 이미지를 지키느라 과격한 연기에 동화되지 못한 점등을 솔직히 토로했고, 김정은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나름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울듯이 웃듯이 이야기했다. 과연 김정은이 어떤 연기를 보여줬을지 너무 궁금해졌었다.
영화는 전형적인 스포츠영화의 감동을 주었다. 막장(?)에 몰린 단체스포츠 팀원들이 서로 우여곡절을 겪다가 화해하고 결국 막바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함으로 감동을 주는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거의 그대로 보여주었다. 다만 2004년 아테네에서의 실화로 알려진 바처럼 그들은 마지막에 졌다는 것이 좀 다르다 하겠다.
전형적, 상투적이긴 하지만 '우생순'은 감동을 주는 좋은 영화다.
'우생순'을 보며 든 주요 생각들을 정리해보면..
#01. 김정은의 연기, 괜찮았다, 좋았다
김정은이 맡은 캐릭터는 분명 그녀가 지금까지 보여준 여성스럽고 상냥한 그것과 많이 대비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김정은은 시종 인상을 쓰고 있어야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김정은의 연기는 크게 거슬리지 않으며 오히려 그녀의 연기의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된다.
그녀의 귀엽고 아름다운 얼굴과 가녀린 몸매가 과격한 운동선수의 그것과는 처음에 잘 매치되지 않긴 햇지만, 이 스포츠영화에서 운동하는 모습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으므로 그 부분은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오아시스', '바람난가족'의 문소리의 연기야 뭐 말할 필요도 없겠다. 김지영도 이미 그 특유의 털털한 이미지와 잘 맞는 캐릭터이므로 너무나 잘 조화되었다. 또 한명의 비중있는 캐릭터를 맡은 엄태웅은, 다소 극의 흐름에 튀는 감도 없지 않았지만 후반부로 가며 잘 맞아들어갔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얼굴 그 자체로 리얼한 '문소리'의 연기와, 미소녀같은 외모의 '김정은'의 연기를 이 격한 캐릭터의 스포츠영화에서 과연 동일하게 비교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문소리는 사실적인, 자연스런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고, 김정은은 약간은 과장된 핑크빛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로 이미 그 포지셔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영화 홍보를 위해 최근 토크쇼에 나와 보여준 모습이나 위 사진속 '프리미어'지의 인터뷰에 나온 바 처럼, 김정은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듯 하다. 하지만 김정은은 김정은만의 색깔이 있고, 이 영화같은 색다른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 그 연기의 폭을 넓혀가면 될 듯 하다.
#02. 한국영화의 확실한 여성감초, 조은지
2006년 흥행영화 '달콤살벌한연인'을 비롯한 여러 영화에서 항상 감칠맛나는 조연을 연기했던 조은지는 이 영화에서 특히 빛나보였다. 세명의 선굵은 운동선수 캐릭터 주인공들 사이에서 그녀의 귀엽고 재미있는 캐릭터는 시종 확실한 윤활유였다.
#03. 스포츠영화에 깃든 여성주의
감독 임순례는 여성이다. 더구나 나이든.. 그래서 그런지 여성들의 다양한 고민이 영화에 많이 녹아있다. 배우자를 잘못 만나서 하는 고생하고(문소리), 이혼경력으로 사회적 직책에서 차별받으며(김정은), 선수생활을 위해 인위적으로 생리주기를 바꿔야만 하는 여성으로서만의 고민이 나온다.
#04. 감동의 오르가즘
난 2004아테네올림픽의 핸드볼여자 결승전 경기를 보지못했지만, 삼차전의 연장까지 갔단다. 영화에서 연장전이 계속되며 이제 끝날 것 같던 감동의 수위는 더욱 배가 된다. 후반부의 결승전이 나오기까지 여러캐릭터들을 비추며 이야기를 끌어오느라 영화는 지루한 감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여러 갈등구조가 후반의 결승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화해, 하나되며 큰 감동을 이끌어내게 된다.
영화는 결국 실화처럼 패배로 끝나지만, 오히려 그러한 결말이 상투성을 덜어주며 임순례 특유의 루저들, 인간들에 대한 따뜻하고도 솔직한 시선과 잘 맞아떨어진다.
#05. '밀양'의 악역, '조영진'의 이미지변신
얼마전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위선적 유괴살해범을 연기했던 조영진씨의 한국 대표조연배우로서의 가능성도 보였다. 밀양에서 너무 흉칙한 캐릭터였는데 이 영화에서 보여준 괜찮은 인간적인, 진중한 캐릭터로 앞으로 다양한 영화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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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지만, 재미와 감동이 있다.
삶에 지쳐있고, 용기와 위로가 필요하다면.. 이 영화를 강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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